<MC SKY&SEWOL, 2박3일의 제주 평화기행 후기> (사진 장영식)

활동가들은 긴 잠을 자고 있겠으나, 사흘간 미뤄둔 논일, 밭일, 집안일 때문에 어르신들은 아마도 오늘아침 일찍 일어나 지금도 일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는 행복한 콧노래가 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때 2박3일간의 순간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싱긋 웃을 지도, 찡한 눈물을 머금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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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박3일간의 제주 평화기행, 시작은 '밀양 할매들의 강정 연대'였습니다만, 판은 커지고 커져 1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그것도 쌍용차, 강정, 용산,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과 밀양 청도가 모두 뭉치는 유례없는 대규모 만남이 되고 말았고,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순간들을, 기억들을 남기고 끝났습니다.

 

23일 아침, 제주공항에서 '우리는 서로 손잡았다'며 쩌렁쩌렁하게 외치던 순간부터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흔하고 흔한 기자회견, 평화기행이었는데 말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 가족을 동료를 잃고 거리에서 풍찬노숙하며 끔찍하게 싸워야 했고, 버텨왔던 이들의 만남이었고, 남다른 감회들이 자리했을 것입니다.

제주 4.3평화공원에서도 위락 관광단지로 또다시 육지의 착취를 견뎌나가야 하는 제주가 앓아왔던 70년의 끔찍한 고통과 살륙의 기억을 만났습니다.광치기 해변의 아름다운 풍광에서도 학살의 기억을 되새기며 우리의 핏줄을 타고 흐르는 '역사'의 존재를 호명해보았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 김영덕 어머님은 첫날 노래자랑에서 남편을 잃은지 7년만에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만남'으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순서에서 다들 많이들 눈물을 흘렸지요.

 

둘째날, 강정 미사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밀양할매들의 싸움의 결과로 공사 현장을 진입하는 트럭을 돌려보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평화의 미사를 드렸습니다. 강정댄스는 얼마나 유쾌하던지요. 젊은 지킴이들의 동작을 따라하던 할매들의 어설픈 춤사위도 눈에 생생합니다. '우리도 저거 만들어서 하자, 고마' 할매는 숨을 헐떡이며 부탁하셨습니다.

둘째날 밤, 화합의 밤의 대미는 세월호 어머니들이 장식해주셨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을 생각하노라면 제주도로 와서 아이들이 거닐던 곳을 다니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그래서 제주도로 오는 일 자체가 고통이었을 세월호 가족들이 '화합의 밤'에서 '잊지 않을게'를 함께 눈물범벅이 되어 부르던 시간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2박3일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옥쇄파압 당시 용역 깡패가 쏜 새총에 '중요부위'를 맞아 30분동안 겪었을 고통을 이제는 웃음으로 회고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러나 우리가 겪었던 폭력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우리는 또 그렇게 싸워야 합니다.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또 많이 울었는지, 2박3일이 꽉 찼습니다. 일주일은 더 될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이 자리를 준비해주신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님, 딸기 혜영을 비롯하여 할매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자랑스러운 강정지킴이들, 번다한 일들을 맡아해주신 제주범대위와 강정마을회 일꾼들께, 아름답고 정갈한 숙소와 식사를 제공해주신 성 이시돌 피정의 집 수녀님들과 일꾼들, 그리고 선뜻 큰 돈을 후원해주신 올리베따노 수녀회 수녀님들께, 그리고, 1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식사와 차량 비용을 후원해주신 많은 연대자들께,

2박3일을 함께 한 100여명의 MC SKY &SEWOL 식구들을 대신하여 깊은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밀양대책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