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 촛불 200회 기념 및 6.11 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 후일담> * 사진 장영식 박민혁

 

딱 24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바로 어제 이시간까지 우리가 느꼈던 기운이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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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당일전까지만해도 태풍 소식에 또 얼마나 모일 수 있을지, 펑크난 순서는 없을지, 걱정투성이였습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그 고통을 기억해주는 이웃이 사라진다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후 3시, 위양마을사랑방 앞에서 부산민주공원풍물패가 풍악을 울리자, 덕촌할머니는 그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셨습니다.

 

모두가 순간 먹먹한 기분이 되고 말았지요.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마을을 뒤흔드는 풍악소리, 밀양이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가 아직 싸우고 있음을, 마음을 뒤흔드는 온갖 번민을 장쾌하게 찢어발기는 풍악소리 앞에 무릎을 꿇으시는 할매의 마음.

 

어제의 행사는 오래도록 기억남을 것입니다. 밀양역을 가득 메운 700여명의 참가자, 밀양이라는 외진 소도시에서 700명이 모이는 집회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서울, 부산, 울산, 거제, 대구, 청도, 강릉, 청주, 군산, 전주, 해남, 경주, 횡성, 부천, 인천, 고성, 콜트 콜텍, 스타케미컬, 기륭전자, 용산참사범대위, 마인드프리즘, 전교조,

 

밀양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 밀양의 친구가 된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밀양을 찾았습니다.

 

밀양 할매들은 돼지를 두 마리나 잡아 수육과 싱싱한 간과 내장까지 썰어내었고, 고동국을 끓이고 겉절이를 무치고, 전을 부치고 막걸리를 내와서 손님 대접을 했습니다.

 

사라할매가 빨간마후라를 매고 전투기를 몰고 철탑을 박살내버릴 때 우리는 모두 포복절도하며 환호하였습니다.

올리베따노 수녀님들이 어르신들을 대신하여 하느님께 아뢰어주었습니다. '우리 할매 할배들의 정의로운 싸움을 당신께서 기억해 주시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실 것'을 말입니다.

 

그 1년의 상처를 들춰내어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그사이 겪었던 힘든 이야기들을 풀어낼 때는 모두가 숙연해주었지만, 사회자 김덕진 님의 표현처럼 '기-승-전-연대'로 귀결되는 할매들의 당부는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강력한 요청이었습니다.

 

풍등에 우리의 그리움을 희망을 담아 띄워올릴 때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어딘가로 무언가를 떠나보낼 때는 늘 이렇게 눈시울이 더워질까요.

 

밀양의 밤하늘로 우리는 색색의 풍등에 지난 시절의 상처를 아픔을, 그리고 희망을 띄워올렸습니다.

함께 해 주신 모든 손길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밀양송전탑 반대 대책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