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송전탑 건설로 고통받는 전국의 국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결성한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가
앞으로 '에너지 3대 악법' 개정 운동을 펼쳐가겠다는 선포식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성당에서 열린 '한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3대악법 개혁선언을 힘차게 열어주신 이계삼 선생님 ⓒ나눔문화
먼저 수도권의 전기 공급을 위해 고통받는
전국 곳곳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10년의 저항으로 보여주었던 경남 밀양,
밀양 송전탑과 이어지는 송전탑 한 기의 건설을 막기 위해 저항해온 경북 청도,
이미 765kV 송전탑이 세워졌지만, 추가 건설 소식에 저항을 시작한 강원도 횡성,
경북 신울진 원전에서 수도권 신경기변전소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도 여주,
주민들의 저항에도 결국 송전탑이 건설되고 또다시 변전소 건설에 맞서 저항을 시작한 경기도 광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521기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고
최초로 765kV 송전탑이 건설된 충남 당진의 주민들 모두 모였습니다.
송전탑건설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 밀양 평밭마을 이남우 어르신 ⓒ나눔문화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10년의 저항으로 보여주었던 경남 밀양,
"이 흰머리 할매 할배가,
탈핵,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한지가 내년이면 10년이 됩니더.
송전탑이 우리 집 대문 앞에 지나가기 때문에 싸운 게 아닙니더.
한전과 정부가 하는 행태가 너무 바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더.
여러분, 이 운동을 왜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80%는 됩니다.
우리가 아팠던 만큼, 세상을 울려서
더 아파하는 사람들 없도록 열심히 해봅시다"
- 밀양 이남우 어르신
신경기변전소 부지로 선정된 광주를 지키기위해 싸우시는 광주 주민 ⓒ나눔문화
주민들의 저항에도 결국 송전탑이 건설되고
또다시 변전소 건설에 맞서 저항을 시작한 경기도 광주
"경기 광주에서도 2007년에 밀양과 같은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어르신들과 부녀자들이 나와서, 765kV 송전탑 건설에 열심히 항의했어요.
하다 안되니까, 민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세워달라고 요구를 했죠.
그런데 그것도 들어주지 않고 그대로 건설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신경기 변전소와 송전탑까지 건설되는 후보지로 선정됐습니다.
지금은 변전소 후보지들에선 '우리 동네에 안된다'라는 수준으로 싸우고 있는데요.
사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합니까?
전기가 넉넉하다는 걸 알리고, 신울진 원전이 필요 없다는 것을
함께 힘을 모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신경기변전소 후보지 경기도 광주 주민
한국에서 가장 많은 521기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고,
최초로 765kV 송전탑이 건설된 충남 당진
"당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송전탑이 많습니다.
무려 521기가 세워져 있고, 765kV 송전탑이 최초로 건설된 곳입니다.
우리가 그때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참 죄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345kV 건설 계획에서, 주택 지역에 일부 지중화를 요구하며 싸웠는데,
밀양 어르신들이 열심히 싸워주셔서인지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오는 345kV 송전탑 100여 개의 건설이 또 계획되었습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당진지역 단체들과 주민들이 모여 범시민 대책위를 구성했습니다."
- 충남 당진 주민
밀양 토박이 초등학생 준호가 그린 '진격의 송전탑' ⓒ 하자작업장학교
“밀양 토박이 준호가 그린 진격의 송전탑과 송전선을 보면서
'아, 저것은 죽음의 탑이다 죽음의 망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 함께한 이유는
'살림의 망'으로 저 '죽음의 망'을 걷어내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것을 보고 눈을 감고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린 앞으로도 사회의 모든 불의와 힘없는 자들을 외면하고 살지 못 할 겁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
전국에 이렇게 많은 밀양과 청도가 있었다니
한 분, 한 분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외로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이렇게 손을 잡고 함께 다음으로 나아가고자
생명의 마을을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전력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멀리서부터 오신 지역 주민들을 위해 공연을 펼친 '페스테자' 청년들 ⓒ나눔문화
성미산학교 아이들이 직접 개사한 '어머나' 합창에 환호하는 어르신들 ⓒ나눔문화
밀양, 청도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를 함께 부르며 ⓒ나눔문화
에너지 민주화를 위한 에너지 3대 악법 개혁안
첫째, '전원개발촉진법'을 폐지해야 합니다.
'전원개발촉진법'은 발전소와 송전탑 등을 짓기 위해
토지를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수용하기 위해 만든 법입니다.
각종 허가를 면제받고 지자체와 주민 동의를 받지 않고도
토박이들의 땅을 회수할 수 있는 악법입니다.
둘째, '전기위원회'를 우리가 감시할 수 있는 독립 기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위원회'는 전기사업 허가권, 전기 요금 결정 등 매우 중요한 일을 하지만
원전과 송전탑 건설의 추진 주체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서
정부의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허울뿐인 기구입니다.
전기위원회가 독립적인 기구로 거듭나야 전력 마피아의 뿌리를 뽑을 수 있습니다.
셋째, 엉터리 보상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는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송주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송주법은 밀양 송전탑 관련 협상 과정에서,
송전선로로 인한 주민들을 위해 피해 보상을 위해 입법되었지만
실제로는 '보여주기' 식의 최소한의 보상이며, 보상 대상도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송주법은 적절한 보상으로 법적 정당성을 갖고
송전탑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수도권 대도시의 전기 소비를 위해 희생되어 온
지역의 주민들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아픈 세월만큼, 누구보다 우리나라의 전력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에너지 3대 악법 개정'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송전탑 건설 강행으로 삶이 뿌리째 뽑혀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과
안전하고 건강한 삶과 점점 멀어져 가는 아이들을 위해
나눔문화도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한국의 살림의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한 희망의 사람들, 밀양어르신들과 함께 ⓒ나눔문화